결혼을 준비하던 한 친구 커플은 청첩장 리스트를 정리하다가 하루 종일 싸웠다. 남자 쪽은 군대 동기까지 다 부르자고 하고, 여자 쪽은 대학 동문 몇 명만 추려 보내자고 했다. 둘 다 ‘예의’라는 이유로 점점 리스트를 늘리다 보니, 청첩장 대상자는 어느새 300명이 넘어 있었다.
결혼식이란 게 본래 축하받는 자리이긴 하지만, 사실상 수익과 지출이 엇갈리는 계산서이기도 하다. 아무리 식대를 1인당 4만 5천 원으로 잡아도 하객 수가 많아지면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렇다면, 청첩장은 누구에게까지 보내는 게 좋을까? 기준은 있을까?
이 글에서 그 기준을 함께 정리해보자.
청첩장은 꼭 보내야 하는 사람부터 정리하자
기본적으로는 아래 항목에 해당하는 사람은 초청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① 직계 가족 ② 친가, 외가의 가까운 친척(4촌 이내) ③ 절친한 친구 및 베스트 프렌드 ④ 현재 소속된 회사의 직속 상사 및 팀원 ⑤ 양가 부모님이 특별히 요청하는 인물
결혼을 알리는 것이 중요한 예의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족이나 가까운 인연은 제외하기 어렵다. 특히 부모님의 지인이나 거래처 등은 본인이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사회적 관계상 빼기 어렵다.
‘의무감’으로 보내면 예산 초과는 시간문제
과거 한 예비 신부가 회사 전 직원 70명에게 청첩장을 돌렸더니, 결혼식 식대만 315만 원이 들었다. 그러나 실제 참석자는 절반도 되지 않았고, 축의금 역시 회사 문화상 대부분 소액이었다.
청첩장은 반드시 ‘올 사람’ 위주로 보내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다. 친분이 얕거나 오래 연락이 없던 지인은 예의보다는 실질을 우선시해야 한다.
특히 단톡방, 직장 전체 메일, 소셜미디어 등에 무작위로 초대 링크를 공유하면, 정작 가까운 사람에게 소홀하게 느껴질 수 있다. 초대장은 초대받는 사람의 기분도 고려해야 한다.
결혼식에 올 확률이 높은 사람 중심으로
서울에서 결혼식을 하는 경우, 지방 거주자나 해외 체류 중인 지인들은 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단순한 의무감이 아니라 실제로 올 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리스트를 정리하자.
통계적으로 하객 참석률은 약 60~75% 수준이다. 청첩장을 200장 보냈다고 해서 200명이 다 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 여유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
만약 예상보다 적게 와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초대장을 뿌리기 시작하면, 예산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직장 동료, 어디까지 불러야 할까?
직장 내에서 누구까지 초대해야 할지는 가장 민감한 문제다. 일반적으로는 다음 기준으로 정리할 수 있다.
- 현재 같은 팀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 직속 상사나 멘토 - 평소에도 개인적으로 연락하며 교류가 있었던 타부서 동료
한두 명 빼고 모두 부르면 그 사람만 빠진 듯한 기분이 들 수 있다. 따라서 회사 규모나 분위기를 고려해 팀 단위 혹은 부서 단위로 일괄적으로 정하는 편이 낫다.
대학 친구, 고등학교 친구는 어디까지?
친구 그룹도 초대 기준을 잘 설정해야 한다. 동아리 친구 중 친한 몇 명만 부를 것인지, 과 전체를 부를 것인지에 따라 하객 수가 크게 달라진다.
일반적으로는 최근 1~2년 사이 연락이 지속된 친구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너무 오래전 인연이라면 연락만으로 축하를 대신해도 충분하다.
단톡방에서 “청첩장은 못 보내도 마음은 함께해”라고 따뜻하게 전하면, 오히려 관계가 더 돈독해질 수도 있다.
SNS, 톡방에서 청첩장 공유는 어떻게?
요즘은 모바일 청첩장을 링크로 간편하게 보낼 수 있어, 단체방에서 공유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무분별한 공유는 초대의 진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가장 좋은 방식은 아래와 같다.
① 개인 톡으로 정중하게 인사와 함께 전달 ② “시간 괜찮으면 참석해주면 감사하겠다”는 문장 포함 ③ 꼭 오라는 느낌보단 선택권을 주는 표현 사용
초대는 성의다. 링크 하나 눌렀다고 해서 사람이 움직이진 않는다. 마음이 담겨야 발걸음도 움직인다.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안 부르는 방법
“왜 나한텐 청첩장을 안 보냈어?”라는 말을 들으면, 상대도 민망하고 나도 불편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두를 부를 수는 없다.
이럴 땐 미리 선제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 “가족 중심으로 조촐하게 치르려고 해” - “인원 제한 때문에 회사 사람은 안 부르기로 했어” - “지방이라 참석 어렵겠지 싶어서, 마음만 받으려고 해”
이런 식의 배려는 나중에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맺는말
청첩장을 보낼 대상의 기준은 결국 ‘나와 지금 연결된 사람’, ‘마음으로 축하해줄 사람’이 가장 핵심이다. 1년간 연락 한 번 없던 사람보다, 한 달에 한 번 안부를 주고받는 친구 한 명이 더 소중한 하객이 된다.
수많은 인연 중 누가 진짜 내 결혼을 축하해줄 사람인지, 누구에게 내 새로운 출발을 알리고 싶은지를 고민하면서 정리하면 어느새 명확한 기준이 생긴다.
당신의 소중한 결혼식, 누군가의 의무가 아니라 기쁨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다음 글에서는 ‘식권은 몇 장 준비해야 할까?’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다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