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발견이 생명을 살린다”는 말은 진리처럼 들리지만, 모든 검사가 이익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과잉검사’와 ‘불필요한 예방 조치’로 인한 부작용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검사를 너무 자주 받거나, 확실한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예방 약물이나 시술을 반복할 때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과잉검사의 원인과 실제 부작용 사례, 그리고 이를 줄이기 위한 현명한 접근법을 다룬다. 끝까지 읽으면 ‘예방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에 대한 기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과잉검사가 발생하는 이유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건강검진 항목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의학적 근거보다는 ‘심리적 안심’을 위한 선택이다. 실제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건강검진 항목 중 약 25%는 과학적 유효성이 낮거나 불필요한 경우로 분류됐다. 과잉검사는 주로 다음과 같은 요인으로 발생한다.
① 불안 심리와 조기 발견 신화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확인받아야 안심된다’는 심리가 작용한다. 하지만 조기 발견이 항상 치료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② 병원과 보험 구조의 상업화
검사 수익 중심의 구조에서는 불필요한 검사가 권유될 가능성이 높다.
③ 정보 비대칭
의료 지식의 격차로 인해 환자가 검사 필요성을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
과도한 예방 조치가 초래하는 문제
예방적 조치라고 해서 항상 안전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 과도한 백신 접종, 고위험군이 아닌 사람에게 이뤄지는 예방적 약물 투여가 있다. 이런 조치는 다음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 내성 증가와 면역 교란
항생제를 반복 사용하면 세균 내성이 증가해 실제 감염 시 치료가 어려워진다.
- 부작용 위험
검사 후 발생하는 출혈, 통증, 불필요한 추가 시술 등이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 자원 낭비
의료 자원이 불필요한 검진에 쓰이면, 정작 필요한 환자에게 제공될 기회가 줄어든다.
근거 중심의 예방의학 실천
과잉검사 문제를 줄이려면 ‘근거 중심 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이 핵심이다. 즉, 특정 검사가 실제 생존율을 높이거나 질병 예방에 기여한다는 과학적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예방서비스위원회(USPSTF)는 연령·성별·위험도에 따라 필요한 검사를 명확히 구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형 가이드라인이 도입돼, 개인별 맞춤형 검진 주기를 제안하고 있다. 의료진 역시 단순히 검사를 권유하기보다는, 환자에게 “이 검사가 당신의 건강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를 함께 검토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스마트 건강관리 서비스의 도움
최근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과잉검사를 줄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건강 모니터링 앱이나 웨어러블 기기는 사용자의 기본 건강 데이터를 장기간 추적해, 불필요한 검사 없이도 위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한다. 또한 병원 방문 전, 비대면 건강상담 플랫폼을 통해 증상의 필요성을 사전 점검할 수 있다. 이런 기술적 접근은 ‘무조건적인 검사’에서 ‘필요할 때 정확한 검사’로 방향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현명한 예방을 위한 실천 가이드
검사를 피할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의 기준을 참고하면 과잉검사로 인한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① 검사의 목적을 분명히 하기
‘이 검사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를 의료진에게 반드시 물어본다.
② 개인 위험도에 따라 맞춤형 검진
가족력·연령·생활습관 등 개인 요인을 반영한 검진 주기를 선택한다.
③ 두 번째 의견(Second opinion) 활용
고가의 검사나 시술 전, 다른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
④ 디지털 헬스 데이터 적극 활용
웨어러블이나 앱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료진과 함께 검토하면, 불필요한 중복검사를 줄일 수 있다.
맺는말
과잉검사나 불필요한 예방 조치는 ‘선의로 시작된 과잉’이다. 문제의 핵심은 검사 자체가 아니라, ‘목적과 근거가 불분명한 검사’이다. 예방의학의 목표는 모든 위험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수준에서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다.
결국 현명한 예방은 균형의 예술이다. 필요한 검사는 제때 받고, 불필요한 검사는 과감히 거르는 용기가 필요하다. 불안 대신 근거, 과잉 대신 적정. 이것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이고 안전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