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겨울 아침마다 마주치던 한 노숙인이 있었다. 늘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자세로 신문지를 덮고 잠들어 있던 그를 보며 ‘저 사람도 누군가의 가족일 텐데’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근처 복지센터에 연결되어 자활시설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단 한 사람의 개입이 그의 삶을 바꿨던 것이다.
그 사건 이후 나는 ‘노숙인 복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은 복지로에서 운영 중인 노숙인 복지지원에 대해 제대로 소개해보려 한다. 과연 어떤 제도들이 있으며,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노숙인의 현실과 복지 사각지대
2023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노숙인은 약 10,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거리 노숙인은 약 2,000여 명이며, 나머지는 일시 보호시설, 요양시설 등에 머물고 있다.
노숙인은 건강, 주거, 고용 등 모든 영역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주민등록이 말소되거나, 신분증이 없는 경우 행정서비스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또한 정신질환이나 알코올 의존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숙식 제공을 넘어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문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노숙인 = 스스로 선택한 삶’이라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갑작스러운 실직, 가정 해체, 질병 등으로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이다.
복지로에서 제공하는 노숙인 지원 개요
복지로(www.bokjiro.go.kr)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통합복지정보 플랫폼이다. 여기에서는 노숙인을 포함한 취약계층에 대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안내하고 있다.
노숙인을 위한 지원 제도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제공되며, 복지로에서는 지원 대상과 조건, 신청 방법, 시설 정보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단순 정보 제공에 그치지 않고 직접 신청까지 연계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자체 및 복지시설과의 협업을 통해 실질적인 자립 기반 마련을 지원하고 있다.
노숙인의 범주는 길거리 생활자뿐 아니라 쪽방촌, 고시원 등 불안정 주거 거주자까지 포함되므로 대상이 더 넓다.
주요 복지 서비스 종류와 조건
노숙인을 위한 복지 서비스는 총 3가지 큰 카테고리로 구분할 수 있다. 주거·급식 지원, 의료 지원, 자립·고용 지원이 그것이다.
주거지원으로는 쉼터, 자활시설, 요양시설 등의 입소 기회가 제공되며, 동절기엔 긴급 숙소 제공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2024년 기준, 서울 지역 긴급 숙소는 약 350명 수용 가능 규모로 운영 중이다.
의료지원은 거리노숙인 무료진료소, 방문진료, 정신건강센터 연계 등의 방식으로 제공되며, 장기입원 시 치료비 지원도 포함된다.
자립지원은 직업훈련, 임시 일자리 제공, 자활근로 연계 등으로 구성되며, 일정 교육 이수 후 자격증 취득 기회도 주어진다. 조건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또는 수급 가능자’로 한정되어 있다.
어떻게 신청하고 이용할 수 있을까?
노숙인 본인이 복지로에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은 지역 자활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종합복지관 등에서 대리 신청이 이루어진다.
거리에서 발견된 노숙인을 복지로 연계하고자 할 경우, 가장 빠른 방법은 129 복지상담센터 또는 해당 지역 주민센터를 통해 신고하거나, 24시간 운영하는 노숙인 상담콜센터(1600-9582)에 연락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신분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도 공문을 통한 임시 주민등록이 가능하며, 의료·숙소 제공에 불이익이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복지로 홈페이지에서는 신청 자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 모의계산기’도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해 대리신청자가 대상자의 자격 확인을 빠르게 할 수 있다.
노숙인 시설 이용과 자활의 연결
노숙인 복지의 핵심은 단순한 ‘단기 보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자립’이다. 이를 위해 각 지역 자활시설은 거주와 동시에 직업훈련,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특별시 노숙인 자활지원센터에서는 6개월~1년간의 입소 기간 동안 직무교육, 직장체험, 외부 근로 연계까지 체계적인 단계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한 일정 기간 자활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소형 임대주택을 연계해 ‘거리로의 복귀’를 방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담과 사후관리 역시 필수다.
노숙인의 경우 심리적 지지 체계가 약하기 때문에 사회복지사, 정신건강 간호사, 지역 멘토 등의 지속적 개입이 회복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추천 제도: 거리 노숙인 현장조사 연계 지원
보건복지부는 매년 겨울철 거리노숙인 전수조사를 시행하며, 이를 통해 위험군을 우선 발굴하고 복지로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장조사는 서울, 부산, 인천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중소도시까지 확대되며, 조사 인원은 사회복지사, 정신건강 전문가, 경찰, 구급대원 등이 포함된다.
발굴된 노숙인은 건강상태에 따라 즉시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근처 쉼터로 배치되며, 이후 복지로 서비스 신청으로 이어진다.
이 제도를 통해 단 한 명이라도 거리에서 구조되어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큰 사회적 가치가 있다. 혹시 주변에 이런 도움이 필요한 이가 있다면 꼭 제보해보자.
맺는말
여는말에서 이야기한 노숙인은 지금 어떻게 지낼까? 다시 거리로 돌아가지 않고, 한 직업훈련센터에서 식당 보조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작은 변화지만, 그것은 ‘연결’에서 시작되었다.
복지로 서비스는 단지 행정지원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삶을 다시 살아볼 수 있는 단 하나의 기회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안내하고 연결해준다면, 더 많은 사람이 거리에서 벗어나 삶의 궤도를 회복할 수 있다.
혹시 당신 주변에도 누군가가 조용히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면, 지금 이 글을 함께 공유해보자. 그리고 더 다양한 복지 제도 정보를 알고 싶다면, 내 블로그의 다른 글도 함께 참고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