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가 심해 매일 아침 피곤함에 시달리던 직장인 A씨. 결국 병원을 찾았고, 수면다원검사에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체중이 주요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하며, 10kg 정도만 감량해도 개선될 수 있다고 했다. 반신반의하면서도 식단과 운동을 병행한 결과, 3개월 후 A씨의 코골이는 눈에 띄게 줄었다.
이처럼 체중 감량이 코골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과연 사실일까? 단순히 살이 빠지면 코골이도 저절로 사라지는 걸까?
이 글에서 체중과 코골이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파헤쳐본다.
코골이의 원인은 무엇일까?
코골이는 단순히 잠버릇이 아니라, 호흡기 구조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의학적 증상이다. 수면 중 공기가 기도를 통과할 때 주변 조직이 떨리며 소리가 나는 것이다.
대표적인 원인은 다음과 같다.
① 비만으로 인한 기도 협착 ② 비중격만곡증, 편도 비대 등 구조적 문제 ③ 음주, 수면제 등으로 인한 근육 이완 ④ 수면 자세(특히 바로 누운 자세) ⑤ 수면무호흡증 등 질환 동반
즉, 코골이는 단순한 습관이 아닌 '신체 상태의 반영'이며, 치료가 필요한 신호일 수도 있다.
체중과 코골이, 정말 관계가 있을까?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건강정보포털과 서울대병원 수면의학센터에 따르면, 전체 코골이 환자의 약 70%가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로 확인된다. 체중이 증가할수록 목 주변의 지방이 늘어나 기도가 좁아지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BMI(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인 경우, 정상 체중군보다 수면무호흡증 발생률이 2~4배까지 높아진다. 이는 단순 코골이뿐 아니라 혈중 산소포화도 감소, 만성피로,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실제로 살을 빼면 코골이가 줄어들까?
2020년 미국 수면의학회(AASM)는 체중 감량이 코골이 완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12건을 종합 발표했다. 그 결과, 평균 10kg의 감량으로 코골이 빈도가 약 31% 감소했으며, 수면무호흡 지수(AHI) 역시 유의미하게 개선되었다.
국내에서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시행한 임상연구에 따르면, 체지방률 5% 감소 시 기도 개방률이 평균 20% 향상되었고, 코골이 소음도 평균 5dB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복부비만보다 목둘레 감소가 코골이 완화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살을 뺐는데도 코를 고는 이유는?
체중 감량 후에도 코골이가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다음과 같은 요인을 점검해야 한다.
- 해부학적 구조 문제(비중격 만곡, 편도 비대 등) - 수면 자세: 바로 누우면 혀가 기도를 막기 쉬움 - 음주, 흡연, 수면제 복용 -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동반 여부 - 만성 비염, 알레르기성 질환
즉, 체중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복합 작용하므로 정확한 원인 진단이 우선이다.
체중 감량 외 코골이 줄이는 방법은?
코골이를 줄이기 위한 비수술적 방법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① 금주 및 금연 ② 수면 자세 교정(옆으로 자기) ③ 비강 스프레이 또는 비충혈 제거제 사용 ④ 비강 확장기 착용 ⑤ CPAP(양압기) 치료: 중증 수면무호흡증 환자에 효과적
또한 스마트워치, 수면 앱 등을 통해 수면 소음을 체크하고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수면검사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자가진단보다는 전문가 상담이 우선되어야 한다.
운동은 어떤 방식이 효과적일까?
단순한 유산소 운동보다는 지속 가능한 유산소 + 저강도 근력운동이 효과적이다. 특히 하루 30분 이상 빠르게 걷기, 실내 자전거, 수영, 요가 등이 추천된다.
서울아산병원 연구에 따르면, 3개월 동안 주 5회 이상 유산소 운동을 지속한 그룹의 코골이 빈도는 25% 이상 감소했다. 또한 혀와 턱의 근육을 강화하는 구강근육 운동(오랄 피트니스)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할 때는 무리한 단식보다는 탄수화물 제한 + 규칙적인 수면시간 조절이 병행되어야 지속 가능한 효과가 나타난다.
잠자리 환경도 중요하다
소음, 온도, 습도 등 환경적 요소도 코골이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실내 습도 40~60%, 온도 18~22도를 유지하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 코골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베개 높이 역시 중요하다. 너무 낮거나 높은 베개는 기도를 압박하므로 7~10cm 높이의 메모리폼 베개가 적당하다. 수면 중 뒤척임이 많은 사람이라면 측면 지지형 베개를 사용하면 호흡 안정에 도움이 된다.
맺는말
A씨처럼 체중 감량을 통해 코골이 개선 효과를 본 사례는 의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하지만 단순히 살만 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한 착각이다.
코골이는 비만, 해부학적 구조, 생활 습관, 수면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증상이다. 따라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만약 체중 감량을 시도해도 코골이가 줄지 않는다면 반드시 수면 클리닉을 방문해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오늘부터라도 코골이를 단순한 습관이 아닌 ‘건강 신호’로 받아들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다음 글에서는 수면무호흡증 자가진단법과 검사 절차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겠다. 당신의 건강한 수면을 위한 정보, 놓치지 말자.